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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이라서 탄생한 별난 음식들

산야초 2017. 2. 2. 23:28

동두천이라서 탄생한 별난 음식들

    입력 : 2017.02.01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동두천

    명절 연휴 기간에 경기 동두천시를 다녀왔다. 동두천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교통이 안 좋아 자주 가지 못한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새 도로가 개통돼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도시 곳곳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는 군사 지역 특유의 정취가 엿보였다.

    미군부대 베이컨과 함경도식 무채무침의 콜라보
    <다래솥뚜껑>

    먼저 방문한 곳은 <다래솥뚜껑>이라는 베이컨구이 전문점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아직 정오가 안 되었고 설날 다음날이었지만 손님이 몇 테이블 있었다. 손님들은 모두 ‘솥뚜껑’을 주문했다. 부대찌개, 닭도리탕, 만두도 있지만 솥뚜껑이 이 식당의 주 메뉴다.

    베이컨구이

    테이블 위에 토마토케첩과 매운 핫 소스가 놓였다. 이런 허름한 대중식당에서 핫소스를 볼 수 있는 것은 기지촌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 일행은 솥뚜껑 소(小)자(2만5000원)를 주문했다. 번철 같은 솥뚜껑에 냉동 베이컨이 오른다. 아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제품일 것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저염 베이컨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무채무침, 파김치, 김치 3종과 두부와 감자를 제공한다. 이 식당에서 눈여겨볼 반찬은 무채무침이다. 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갑게 제공하는데 사각사각한 식감과 양념이 깔끔했다. 이북이 고향이라는 주인아주머니는 이 집 음식 맛의 근원은 함경도 가자미식해라고 한다. 본인 고향은 평안도지만 모친 고향이 함경도여서 가자미식해 양념이 친숙하다고.

    베이컨구이

    핫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케첩을 뿌리고 무채무침을 올려서 베이컨에 싸서 먹는 것이 이 솥뚜껑 먹는 방법이다. 미군부대의 베이컨과 핫소스, 케첩 그리고 함경도 가자미식해 매콤한 맛의 콜라보다. 파김치에도 곁들이고 생두부에도 베이컨을 곁들여서 먹었다. 자주 먹는 삼겹살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렇게 색다르게 먹는 것도 나름 매력이 있다. 특히 함경도식 무채무침의 맛이 일품이다.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베이컨은 짜지 않아서 먹기 편했고 무채무침 특유의 맛이 베이컨의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소(小)자라서 베이컨만 제공하지만 대(大)자는 베이컨과 햄·떡갈비도 제공한다. 주인아주머니에 따르면 약 30년 내력의 식당이라고 한다. 아주 특별한 맛집은 아니지만 동두천의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베이컨구이는 별미였다.


    소스 맛이 특별한 폭찹 스테이크와 동두천식 부대찌개
    <Jul서시오>
    곧바로 방문한 곳은 <Jul서시오>라는 신규 식당이었다. 다른 부대찌개 집과 달리 부대찌개와 돈가스 폭찹을 같이 판매하는 식당이다. 분위기가 경양식집 느낌이라 왠지 기대가 컸다.

    부대찌개

    우리가 방문했을 때 중남미에서 온 듯한 젊은 남녀가 부대찌개를 먹고 있었다. 군인 같은 인상이었다. 매운맛인데 생각 이상으로 잘 먹어 부대찌개가 외국인들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예전에 일본의 식당 관계자들로부터 벤치마킹할 한국 식당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다. 그때 “부대찌개도 꼭 넣어 달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식당 천정은 높고 조명도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다. 시계와 스쿠터 등 고풍스러운 빈티지 소품들도 보였다. 우리는 부대찌개(7000원)와 큐브스테이크(1만2000원)를 주문했다.

    부대찌개는 황태육수를 넣고 끓여서 시원한 맛이 난다. 소시지와 햄 등이 비교적 풍성해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부대찌개의 원산지격인 동두천의 부대찌개라 기본 이상의 맛을 낸다. 서울 부대찌개의 햄·소시지와는 다른 햄 등이 보였다. 적당히 매콤한 맛과 간도 적당해서 괜찮은 부대찌개였다.

    돈가스와 큐브스테이크

    혹시나 궁금해서 주문한 큐브스테이크가 나왔다. 어떤 메뉴일까 기대했더니 예상했던 대로 폭찹 타입의 스테이크였다. 그릴판 위에 볶음밥과 샐러드 그리고 소스가 흥건한 스테이크와 같이 제공한다. 소스 맛이 특별했다. 필자와 동행인은 그다지 스테이크를 안 좋아하는데 소스가 당기는 맛이 있어 스테이크를 편하게 먹었다. 기본적으로 데미글라스 소스로 묘하게 당기는 맛이 났다. 나중에 여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유명 호텔 조리장에게 배운 솜씨라고 한다.

    소스 맛 때문에 궁금해서 돈가스(7000원)도 주문했다. 등심 돈가스로 접시 위가 풍성했다. 커다란 등심 돈가스 두 덩어리가 올라가 있고 샐러드와 감자튀김 등이 넉넉하게 올라갔다. 오픈한 지 한 달 정도 된 식당이라 가성비에 중점을 둔 것 같다. 부대찌개와 폭찹과 돈가스를 함께 판매하는 콘셉트는 나름 유기적인 밸런스가 있다.

    원래 부대찌개가 퓨전음식인데 폭찹과 돈가스 등을 같이 제공하니 양식집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가격이 대중적이라 부담 없는 옛날 경양식집 같은 느낌이다.

    <다래솥뚜껑>  경기도 동두천시 삼육사로 980, 031-868-5353
    지출(2인 기준) :  솥뚜껑 소(小)자 2만5000원
    <Jul 서시오> 경기도 동두천시 평화로 2556, 031-866-9110
    지출(2인 기준) :  부대찌개 7000원 + 큐브스테이크 1만2000원 + 돈가스 7000원
    = 2만6000원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