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

영월 잣봉 어라연 동강협곡에 둘러싸인 천혜의 비경 ‘어라연’

산야초 2019. 3. 8. 21:29

[명산·명승 탐방ㅣ

영월 잣봉 어라연] 동강협곡에 둘러싸인 천혜의 비경 어라연

입력 2019.03.06 11:36

생태경관보전지역이자 명승장성산~잣봉으로 걷거나 래프팅하며 보거나

이미지 크게보기
마침 영월에 눈이 내려 동강을 비롯해 어라연 일대에 하얗게 쌓여 운치를 더한다. 한반도 지형 비슷하게 생긴 앞쪽 계곡이 어라연이다. 그 위 능선이 잣봉이고 그 뒤로 연결된 높은 봉우리가 백둔산 혹은 장성산이라 불리는 산이다. 사진 영월군청
한국 최고의 비경과 원시림은 어디일까? 1990년대 후반 정부에서 동강댐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전국의 환경단체와 국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대통령으로 하여금 동강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발표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국민들이 내세웠던 주장이 ‘한국 최고의 비경’, ‘마지막 남은 원시보고寶庫’라고 했다. 그 동강은 이후 2002년 8월 환경부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그 면적이 더욱 확대됐다. 
그렇다. 동강은 한국의 마지막 남은 원시자연이고, 비경이다. 동강은 영월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강이다. 정선에서는 조양강이라 부른다. 이 동강이 흘러 남한강으로 합류한다.  
동강은 천혜의 보고다. 원시림과 깎아지른 절벽, 힘찬 물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동강 협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어라연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울창한 송림으로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다. 아니, 동양화보다 더 아름다운 신선이 놀다가 간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동강댐이 무산되자 문화재청은 2004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4호로 지정한다. 강 속에 영원히 묻힐 뻔한 비경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재탄생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영월조 고적편에 어라연이 나온다. ‘어라사연於羅寺淵, 군의 동쪽 거산리에 있다. 본조 세종 13년에 큰 뱀이 있었는데, 어떤 때는 못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물가를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기도 했다. 하루는 물가의 돌무더기 위에 허물을 벗어 놓았는데, 길이가 수십 척이고 비늘은 돈 같으며 두 귀가 있었다. 고을 사람들이 비늘을 주워서 조정에 보고하였으므로 권극화를 보내어 증험證驗하게 하였다. 권극화가 못 한가운데 배를 띄우니 폭풍이 갑자기 일어나서 끝내 그 자취를 알 수 없었다. 뒤에 뱀도 또한 다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라사라는 절이 있어 그 못이 어라연이라 명명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원래는 ‘於羅淵’이었으나 지금은 ‘魚羅淵’으로 변했다. 언제, 어떻게, 왜 변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문헌도 없다. 그 뜻이 전혀 다른 데도 말이다. 어쨌든 동강협곡의 비경 중에서 어라연은 유일하게 옛 문헌, 즉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해 지방도에 나오는 지명이다. 
한국 최고의 비경 어라연을 포함한 동강협곡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동강을 따라 래프팅으로 둘러보는 방법과, 트레킹으로 장성산을 거쳐 잣봉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다. 즉 걷거나 배를 타거나 선택뿐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기 때문에 차량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인제 내린천, 철원 한탄강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래프팅 명소로 꼽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저 없이 최고의 래프팅 명소로 평가받는다. 래프팅은 한겨울 물이 얼어 할 수 없다. 래프팅을 운영하지 않는 10월 이후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걷는 방법뿐이다. 영월군 산림경영팀장 정운중 계장과 김지혜씨의 안내로 장성산을 거쳐 잣봉으로 하산하는 트레킹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잣봉 정상에서 동강을 조망하고 있는데 매 한 마리가 공중을 배회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특산종인 동강할미꽃이 동강협곡 절벽 위에 예쁘게 피어 있다.

문산 산촌생태마을이 출발지

문산나루터가 있었던 문산 산촌생태마을에서 출발한다. 이 마을은 뼝창마을 또는 금의錦衣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뼝창은 강원도 사투리로 절벽이라는 뜻이다. 동강협곡에서 알 수 있듯 강 양쪽은 협곡이다. 뼝창마을은 물길이 휘돌아가는 자리에 형성된 넓은 평지에 터전을 잡아 조성했다. 마을 앞쪽은 강의 한쪽 절벽이 펼쳐져, 뼝창마을이라 부르게 됐다. 마을에서 바라보는 절벽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비경이다. 그래서 비단옷을 두른 마을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명명됐다. 
이 아름다운 마을과 협곡 절벽에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4월에 꽃을 피우는 동강할미꽃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동강 절벽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금의마을은 장성산 능선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마치 비단옷을 두른 듯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절벽과 동강협곡, 그리고 동강할미꽃이 보여 주는 풍광은 한국 최고의 천혜의 비경이라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뼝창마을은 또한 래프팅 출발지역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래프팅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뿐만 아니라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성동구에 폐교를 매각했다. 성동구는 폐교를 성동힐링센터로 조성, 농촌경제 활성화운동에 일조하고 있다.   
뼝창마을 맞은편 장성산 능선으로 올라간다. 등산로를 확인하기 위해 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1:50,000 축적 지도를 들여다본다. 어디에도 장성산이라고는 없다. 잣봉은 그나마 표시돼 있다. 
어찌된 일인지 동행한 정 팀장은 마을 촌로에게 문의한다. 원래 장성산은 장승백이가 있어 장승백이산이라 불리다 장성산으로 변했다고 한다. 잣봉은 산 모양이 잣같이 생겼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그 촌로는 “어렸을 적에 노루목등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그런데 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장성산 봉우리에 백둔봉이라 표시돼 있다. 백둔봉은 그나마 잣봉과 의미가 연결된다. 마을 촌로는 장성산을 백암산柏巖山이라 불렀다고도 했다. 백둔봉柏屯峰은 언덕이 잣 모양같이 생겼다고 유래한 듯하다. 백암산은 잣모양같이 생긴 산이 온통 암벽으로 이뤄져 명명됐을 가능성도 있다. 
등산로는 가파르게 조성돼 있어 초반부터 숨이 차다. 능선 위로 올라서자 동강을 바라보는 확 트인 조망은 천하일품이지만 온통 암벽이다. 암벽으로 이뤄진 절벽은 동강협곡을 이루고 뼝창마을을 있게 한 형세다. 
등산로 주변으로 회양목이 가로수 마냥 늘어서서 등산객을 맞는다. 간혹 보이는 게 아니라 완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넓은 회양목 군락은 처음 본다. 구절양장 굽이지는 동강협곡을 바라보는 감탄에 회양목 보는 신기함을 더한다. 회양목은 사계절 상록수로서 석회암지대에 많이 서식한다. 관상목으로 키우기도 하고, 약용으로 사용한다. 회양목 사이로 간혹 노간주나무도 눈에 띈다. 상록의 교목으로 회양목보다는 더 크게 자란다. 
이미지 크게보기
동강 옆 어라연 생태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동강 어라연 일대에는 여름 래프팅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영월군청

4월에는 한국특산종 동강할미꽃 만개

유려하게 굽이져 흐르는 동강과 뼝창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쌍쥐바위전망대에 도착했다. 능암덕산에서 이곳 뼝창, 즉 절벽을 내려다보면 마치 병풍같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전망대 바로 아래 바위 속에 숨겨진 쌍쥐바위가 있다고 한다. 한 마리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다른 한 마리는 동강의 물의 먹고 있는 형상이라고 전한다. 절벽 위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능선 위로 올라서면 힘든 등산로가 나아질 줄 알았지만 능선길은 백둔산, 아니 장성산 정상까지 업다운의 연속이다. 별로 높지 않은 산이 암벽에 업다운길의 연속이라 제법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백둔산 정상은 GPS로 738m. 지리정보원에는 694m로 표시돼 있다. 동행한 사람 GPS 모두 700m 이상을 가리킨다. 장성산 정상 이후부터는 줄곧 내리막이다. 경사가 조금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참나무잎에 덮인 등산로는 더욱 미끄럽다. 넘어지면 발목 접질리기 십상이다. 고갯길까지 내려와서 잣봉으로 살짝 올라섰다 급격히 어라연으로 향한다. 
잣봉 정상에서는 지방환경청과 강원도에서 각각 세운 듯한 이정표가 비슷한 코스를 가리키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왜 쓸데없이 중복비용을 낭비하는지 알 수 없다. 어라연 방향으로 내려간다. 마찬가지로 경사진 길이라 조심스럽다. 어라연은 나뭇가지들이 가려 제대로 앵글에 잡을 수 없다. 어라연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어라연은 동강(65km)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푸른 물 속에서 솟아 오른 듯한 기암괴석과 바위 틈새로 솟아 난 소나무가 주변의 계곡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곳으로, 옛날 선인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고 하여 삼선암,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략) 조선조 6대 임금인 단종대왕이 죽자, 그 혼령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하여 황쏘가리로 변해 남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던 중 경치 좋은 어라연에서 머물고 갔다고 하여 어라연 상류 문산리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단종대왕의 혼령이 어라연 용왕을 모시는 용왕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지금도 지역주민들은 어라연을 향해 마음을 담은 기원을 올리며 어라연에서 뱀을 만나면 “황쏘가리”라 외침으로써 뱀이 주는 나쁜 기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부터는 어라연 옆으로 걷는 길이다. 생태숲 ‘어라연길’이다. 봄가을에는 제법 운치 있고 걸을 만하겠다. 하지만 여름엔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 최고의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고를 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라연의 비경이 동강의 비경이고, 동강의 비경이 곧 영월의 비경이다. 그 비경을 보는데 그까짓 햇빛쯤이야. 원시 비경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만 해도 영월의 축복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축복이다. 

등산 가이드

뼝창마을이라 불리는 문산나루터 주변에 장성산~잣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다. 뼝창마을은 또한 래프팅 출발지이기도 하다. 차가 이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뼝창마을은 섬 같은 마을이다. 강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뼝창마을을 출발해서 장성산, 즉 백둔산을 거쳐 잣봉을 지나 어라연으로 내려오는 등산코스는 약 8km에 4시간가량 소요된다. 어라연에서 잣봉 등산 출발지인 거운분교까지 1시간 남짓. 뼝창마을에서 래프팅으로 거운분교까지 내려오는데도 약 3시간 걸린다. 동강의 비경을 즐기는 방법은 래프팅이 좋으나 계절적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트레킹하며 동강을 보는 방법도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