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가고 반도체 컴백…'7만 전자' 안착에 코스피 연중최고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3.05.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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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가 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돌아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 대에 안착했고, SK하이닉스도 1년 만에 11만원을 넘어섰다.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폭풍 매수’가 이어지고, 챗GPT 등 인공지능(AI) 발 훈풍이 더해진 결과다. 반도체 주가가 살아나며 코스피는 전날보다 1.04% 오른 2585.52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코스피가 장중 연고점을 경신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6.71포인트(1.04%) 상승한 2585.52를 나타내고 있다. 2023.5.30/뉴스1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84% 오른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6일 1년 4개월 만에 7만원 고지를 밟은 뒤 다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01% 오른 11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1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5월 23일 이후 1년 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29.3%)와 SK하이닉스(-42.7%)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기간 중 공급망 병목과 수요 증대 등에 따른 초과 주문이 독이 됐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창고에 재고가 쌓인 탓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들어 힘을 받는 건 ▶외국인 매수세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AI 열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연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사자’ 주문을 내고 있다. 30일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443억원, SK하이닉스 16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8조715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신흥국 시장 내에서 중국보다 한국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되며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패시브 자금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투자자보다 가격에 덜 민감한 만큼 삼성전자 등의 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AI 열풍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7일 삼성전자의 무감산 전략 철회가 도움이 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메모리 업체가 감산 동참을 결정하며 아주 큰 폭으로 수요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감산으로 인한 효과가 누적되며 하반기 이후 재고 부담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2024년 메모리 재고의 감소와 가격 반등이 진행되면 반도체 중심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각 기업이 AI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AI 훈련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도 치솟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곳곳에서 수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GPU는 제품 인도까지 주문 후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지난 23일 “GPU가 마약보다 구하기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GPU 수요 증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종전 D램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단가는 비싼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수요가 덩달아 뛰면서다. 엔비디아의 AI 용 반도체인 H100에는 SK하이닉스가 제작한 HBM3가 탑재돼 있다. 현재 HBM의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미국 마이크론 10% 등이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7만9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상향했고, 유진투자증권도 목표 주가를 8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올렸다. KB증권도 목표 주가를 8만5000원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반도체 주가의 업황 선행성과 가격 매력 등을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저점은 높아지고,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초 증시를 달궜던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와 같은 단기 주가 급등을 기대한 투자는 섣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등 비메모리 분야의 경우 폭발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 회복은 아직 더디다. 올해 PC 출하량은 지난해의 12~13%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등을 시작으로 반도체 시장에 온기가 들어오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재고가 많이 쌓여 있고 하반기 경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9만 전자’나 ‘10만 전자’ 등의 꼬리표를 붙이고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체감 온도는 높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한 달(4월 28~5월 30일) 사이 삼성전자 주식을 2조5000억원 어치 팔아 치웠다. 반면 에코프로(5909억원)와 POSCO홀딩스(5365억원) 등 2차전지 종목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22.9% 하락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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