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카리스마·애국심·여성미 … 옷깃 위에서 그들은 말한다

산야초 2015. 10. 10. 21:33

http://joongang.joins.com/article/105/11956105.html?ctg=1700 

카리스마·애국심·여성미 … 옷깃 위에서 그들은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3.07.02 00:19 / 수정 2013.07.02 11:07

박근혜 대통령 방중으로 짚어본 장신구의 문화정치학

국민대 전용일(금속공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일정 중 선보인 장신구 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릴 때 착용한 검은 브로치를 꼽았다. 검은 윤곽선의 흰 재킷과 함께 뒤로 보이던 태극기의 팔괘 형상과 어우러져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라는 정체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최승식 기자]
 
 
대통령과 함께 그의 장신구도 움직였다.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 브로치’를 유행시켰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도 장신구를 문화외교의 한 수단으로 삼았다. 노랑·분홍·보라 등 상황에 맞춰 칼라코드를 강조한 재킷과 장신구가 한 조를 이뤘다.

빨강·노랑·보라 … 의상과 한 조 이뤄

 시작은 무채색 브로치였다. 흰 재킷에 카리스마를 더한 검은 윤곽선이 브로치 외곽을 휘도는 선에서 반복됐다. 이들 이미지는 중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대통령의 뒤로 보이던 태극기의 팔괘 형상과 어우러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할 때는 노란 재킷 위의 옥색 장신구가 시각적 구심점을 이뤘다. 꽃잎 모양은 다소 진부했지만, 이를 모던한 초커(Choker·목에 달라붙은 짧은 목걸이)형 목걸이로 상쇄해 대통령의 활동성을 전달했다. 칭화대(淸華大) 강연에서는 검정색 카보숑(Cabochon·둥그스름하게 간 보석)형 브로치가 보라색 재킷과 한 조를 이뤘다. 중국 대학생들에게 진중한 이미지를 전했다.

  또 시 주석 부부와의 오찬에서는 여성적 면모에 초점을 맞춰 분홍 의상에 액센트를 더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안(西安) 방문길엔 정상 회담의 무게감을 덜어낸 듯 가장 구상적인 나비 모양 브로치를 택했다. 재킷의 하늘색을 배경으로 나는 듯하다. 대통령과 함께 움직인 이들 장신구는 전통과 상징으로 가득한 문화대국 중국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하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장신구는 단순한 시각적 치장물이 아니다. 풍부한 표현의 매체이자 발언도구로 사용돼왔다. 특히 지난 세기 후반부터는 각국의 유수한 미술대학이 양성한 장신구 작가들이 자국의 문화적 전통과 기술, 시대적 감각을 종합한 예술품으로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시대 여성 지도자들이 착용한 장신구는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르켈, 삼색 국기 응용한 목걸이 즐겨

독일 국기를 응용한 메르켈 총리(사진 왼쪽)의 목걸이, 힐러리 전 미국무장관의 대담한 목걸이.
 
 
예컨대 독일의 첫 여성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목걸이를 좋아한다. 2006년 한 독일 장신구 작가가 제작한 ‘앙겔라를 위한 오마주’는 독일의 삼색 국기를 응용한 간결한 형태의 목걸이다. 독일 특유의 기하학적 추상미와 공간감이 돋보인다.

 2010년 방한 중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착용한 목걸이는 대담한 구성과 색감을 강조했다. 두 사람 다 장신구가 착용자의 분신인 듯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비결이 뭘까. 바로 옷을 고를 때 장신구를 위한 여백을 고려할 줄 아는 능력이다. 잘 어울리는 장신구에는 주변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브로치는 장신구 중 가장 독립적·공격적이다. 때문에 정치적 표현을 꾀하는 이들이 선호한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장신구 역사에 남을 만한 브로치 애호가다. 재임 시절 장신구를 통한 수많은 외교 발언을 했다. 2000년 북한 김정일 주석과 만났을 때 그는 자존심과 애국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브로치를 선택했다.

 김 주석과 올브라이트 전 장관 모두 커 보이기 위해 굽 높은 구두를 신었다. 주민 모두가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 하는 북한 독재에 대한 반발로 울브라이트는 성조기 브로치를 골랐다고 말했다. 장신구로 ‘대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의회 연설에서는 용을 주제로 한 칠보 장신구로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 르완다 학살을 추모하는 자리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 넬슨 만델라와 만날 때에는 아프리카 초원을 뛰는 듯한 얼룩말 브로치를 착용했다.

박 대통령의 장신구, 다소 보수적

나흘간의 중국 방문,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에 장신구도 함께 움직였다. ① 시진핑 주석과 만날 때 착용한 옥색 꽃모양 장신구 ②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을 때의 금색 테두리로 감싼 붉은 브로치 ③ 칭화대 연설 때의 카보숑 액세서리 ④ 마지막일정인 시안 방문 때의 나비 브로치. [중앙포토]
 
 
박 대통령의 장신구도 일종의 정치적 구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즐겨 착용했던 ‘박근혜 브로치’는 남대문 시장에서 유통되는 저가형 상품으로, 서민경제를 끌어안겠다는 후보자의 구호와 맞아떨어졌다. 후보자는 대통령이 되었고, 장신구는 선거의 무게에서 벗어나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대통령의 장신구에는 전국민의 문화 수준과 동시대 미감을 반영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상징성이 요구된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번 방중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장신구는 다소 보수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감을 발하기보다 의상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문 것이 많았다. 국제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의 현대 장신구 작가도 많다. 대통령의 몸 위에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빛날 때, 가장 생생하고 효과적인 웅변이 되지 않을까.

전용일(금속공예가·국민대 교수)

◆전용일=1956년생. 서울대 응용미술과 및 동대학원, 미국 마이애미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현대 장신구전인 ‘장식과 환영-현대 장신구의 세계’를 기획했다.
 
 
 
중국어 실력·패션으로 도배된 박근혜 방중 보도
 
박근혜 대통령 겉모습만 집중탐구…날씨까지 동원해 치켜세워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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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01  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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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박근혜 대통령이 3박 4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언론은 대통령의 방중을 비중 있게 다뤘으며, 그 가운데서도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과 패션에 대해 집중 탐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이 가장 사랑한 키워드, 박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

 

언론은 방중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을 치켜세우는 보도를 일제히 내 놓았다. YTN은 26일 ‘중국, 중국어 능통 박근혜 대통령에 큰 기대감’이라는 리포트에서 “내일 방중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문화에 대한 물론, 중국어에도 능통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YTN은 26일 ‘중국, 중국어 능통 박근혜 대통령에 큰 기대감’리포트로 '중국통'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대가 크다고 보도했다. (화면 캡처)

 


YTN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국 고전과 철학을 좋아하고 중국어를 하는 동북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며 “주로 여성들과 한국 근대사를 잘 아는 중국의 중장년층에게서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팬클럽이 결성될 만큼 젊은 층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칭화대에서 연설을 했던 29일 전후에는 ‘중국어 실력’을 찬사하는 보도가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 연설을 하며 연설 시작과 마지막을 중국어로 장식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이 ‘중국어 연설’이라고 제목을 달아 연설 전체를 중국어로 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합뉴스는 29일 ‘박 대통령 중국어 연설 통했다… 中 언론·누리꾼 찬사’라는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을 호평했다. 연합뉴스는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 보도를 인용, “박 대통령이 칭화대 연설의 시작과 마지막을 중국어로 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똑똑한 발음’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며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에 관한 뉴스는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포털 뉴스페이지에서 일제히 최상단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한국 대통령의 중국어가 너무 훌륭해 감탄할 따름”이라는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까지 전하며 “한국 관련 기사에 으레 따라붙는 ‘반한 누리꾼’들의 한국 비난글도 박 대통령의 기사 댓글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역시 중국어 연설 보도를 앞에 배치해 전했다. KBS <뉴스9>는 4번째,  MBC <뉴스데스크>는 3번째에 해당 리포트를 배치했고, SBS <8뉴스>는 ‘박 대통령, 칭화대 특강 “새로운 한반도 만들 것”’, ‘박 대통령, 시진핑 모교에서 중국어로 연설…박수갈채’라는 리포트를 1, 2번째로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패션에서 ‘깊은 뜻’ 짚어내는 언론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정치’나 ‘패션 외교’를 다룬 보도는 이전부터 많이 있어 왔다. 지상파 방송 뉴스조차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입었던 옷의 색과 디자인을 들며, 이 같은 패션에 담겨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했다.

 

   

▲ 29일 MBC '뉴스데스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을 상세히 분석한 리포트를 5번째로 내보냈다. (화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는 29일 “중국 방문에서 박 대통령 의상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며 ‘朴대통령 패션 외교 화제…색·디자인에 담긴 의미들’ 리포트를 5번째에 배치해 방중 당시 입었던 의상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했다. 리포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흰색은 백의민족인 우리를, 옷깃과 단추 여밈 등의 디자인은 중국 인민복과 비슷해 양국의 조화와 협력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환영식에 이은 정상회담 때 박 대통령의 재킷은 황제와 권위를 상징하는 노란색이었고, 중국 관례로 공개되지 않았던 국빈만찬 때 한복도 황금빛 노란색이었습니다”


“미국 방문 때 자수저고리 등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했던 박 대통령은 정장차림 때는 항상 바지를 입어 '일하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신문들도 ‘패션 외교 홍보’에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28일 ‘訪中 패션 콘셉트는 카리스마와 여유’라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박 대통령의 옷차림을 "카리스마와 여유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메시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29일 ‘연분홍 재킷과 화려한 원피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세한 분석을 곁들이지는 않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의 만남에서 입었던 옷차림을 제목으로 달아 그날의 패션을 부각시켰다.

 

이외에도 MBN은 ‘박근혜 패션 외교… 이렇게 깊은 뜻이’, 뉴스Y는 ‘[맹찬형의 시사터치] 박근혜 대통령 방중패션…의미는?’, YTN은 ‘중국서도 패션외교…박근혜 대통령, 눈길 끄네!’,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 vs 펑리위안 여사 패션대결 이목 집중’ TV조선은 ‘중국몽·노란색 옷…朴, 중국인 마음 사로잡기’ 등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언론의 ‘방중 의미 찾기’에 날씨까지 동원돼

 

파이낸셜뉴스는 1일 ‘취재수첩을 꺼내며’ 코너에서 ‘朴대통령과 날씨’라는 글을 게재해 “이번 중국 국빈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과 날씨의 상관관계가 회자됐다”고 말했다.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은 박 대통령의 방중 이튿날인 29일 베이징에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것, 3일째인 시안에서 오랜만에 하늘이 청명했던 것을 들어 모두 ‘현지에서 보기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이 특사로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 드물게 폭설이 내린 것을 들어 “후 전 주석은 ‘방중 특사단으로 온 박 대통령이 상서로운 눈을 가져다줘 올해 수확이 풍요로울 것 같고 양국 정부 관계도 좋은 수확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의 의미를 찾는 데 ‘날씨의 상서로움’까지 동원한 것이 멋쩍었는지 정인홍 차장은 “우연한 자연현상을 너무 과대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내 “최고 국빈 대접을 받으며 시 주석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나 다양한 경제적 성과들을 이뤄낸 이번 방중 성과가 맞물려 날씨까지 ‘상서로운 기운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소박한’ 포장이 과대포장만은 아닐 듯싶다”며 “방중 기간 박 대통령의 동선에서 보인 날씨는 한·중 간 업그레이드된 동반자 관계만큼이나 ‘상서로운 후원자’였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