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 또 감탄, 바다백리길통영=글·김성윤 기자
"와, 좋다!" 경남 통영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뒤에서 오던 한 여성이 등대섬과 그 뒤로 펼쳐진 다도해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나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탐방객들이 모두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나랑 똑같이 느끼는구나'라는 듯한 미소였다. 망태봉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 풍광은 모두가 감탄할 만큼 아름답다. 이곳에 최근 트레킹 코스가 생겼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4일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여섯 개 섬(미륵도·한산도·비진도·연대도·매물도·소매물도)을 각각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바다백리길'을 만들었다. 새로 길을 낸 건 아니다. 섬 주민들이 농사짓고 나무하러 다니던 오솔길에 나무데크나 돌을 까는 등 걷기 좋게 정비하고, 표지판과 지도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선 여객선 유람과 걷기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미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진도 산호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여섯 개 섬에 난 트레킹 코스를 모두 이으면 길이가 42.1㎞로, 100리(39.3㎞)를 조금 넘는다. 하여 백리길이다. 여섯 코스 모두 찾아도 좋겠지만, 원하는 곳 하나만을 걸어도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이 중 하루 2번 '모세의 기적'이라고 더 잘 알려진 바다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소매물도 등대길을 걸어봤다. 통영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소매물도통영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1시간 30분 만에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작은 배라서 파도가 거칠면 멀미로 고생깨나 한다는데, 다행히 바다가 잠잠해 느긋하게 잠까지 자면서 왔다. 선착장 콘크리트 바닥에 '바다백리길'이란 글씨와 함께 긴 선이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이 파란 선을 따라가면 등대길 코스가 시작된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온다. 원래 코스는 왼쪽 길로 가야 하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더 짧고 빠른 직진 길을 선택한다. 왼쪽 길은 바다를 끼고 섬을 둘러가는 코스로 경치는 더 좋다. 두 길은 가익도전망대에서 다시 합쳐졌다. 가익도는 소매물도 앞에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 풍광도 훌륭하지만, 등대길의 백미는 폐교된 소매물도분교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망태봉전망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소매물도 남쪽에 있는 등대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잔디밭이 펼쳐진 야트막한 언덕 같은 등대섬 가장 높은 곳에 그림처럼 예쁜 흰색 등대가 서 있다. 한 과자 TV 광고를 여기서 찍었다 하여 '쿠크다스섬'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루 두 번 열리는 바닷길로 연결되는 등대섬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하루 두 차례 바다가 갈라지면서 하나로 이어진다. 대부분 탐방객은 바다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물때에 맞춰 소매물도에 온다. 물때는 매일 다르다. 하루 30분 정도씩 늦어진다. 국립해양조사원 인터넷 홈페이지(www.kho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영~소매물도 여객선을 운항하는 한솔해운 홈페이지(www.nmmd.co.kr)에서도 물때와 여객선 운항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망태봉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는 이미 바닷길이 열린 뒤였다. 서둘러 전망대에서 바닷길로 향하는 나무데크를 내려갔다. 나무데크가 놓였지만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등대섬에 먼저 갔다가 돌아오는 탐방객들이 "헉헉" 가쁜 숨소리를 내며 나무데크를 올라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바닷길은 이름이 '열목개'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휩쓸리며 동그랗게 깎인 몽돌이 바닥에 깔려 있다. 미끄럽지는 않지만 단단히 땅에 박힌 돌이 아니니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한다. 70m쯤 되는 열목개를 건너 갈지 자 길을 올라가면 등대길의 종착점인 등대이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디가 경계인지 알 수 없이 펼쳐진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바닷길이 도로 닫히기 전 선착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쉽지만 얼마 있지 못하고 등대섬을 나왔다. 여섯 개 섬과 트래킹 코스한려해상 바다백리길에 포함된 여섯 개 섬과 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 평평하고 걷기 쉬운 길이 아니다. 섬이라지만 길이 꽤 가파르고 험하다. '물에 잠긴 높고 거친 산꼭대기'를 등산한다고 각오해야 나중에 큰코다치지 않는다. 가벼운 산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발에 꼭 맞는 등산화를 갖추기를 권한다.
미륵도 달아길 14.7㎞/5시간미래사(彌來寺)→미륵산→야소마을→산양읍사무소→희망봉→중화전망대→연명전망대→연화전망대→달아전망대 다리로 통영과 연결돼 다른 5개 섬과 달리 언제든 차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산길에 가까운 데다 5시간이나 걸어야 하니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 절경(絶景)과 달아공원전망대에서 맞는 해넘이는 수고가 아깝잖을 만큼 황홀하다. 미래사 입구 맞은편 편백나무숲에는 길이 200m 정도의 예쁜 오솔길이 있다. 편백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를 맞으며 천천히 걸으면 오솔길 끝 미륵불이 있는 곳에서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버스: 달아전망대 513·530·536번, 미래사 입구 103·105·532번(정거장에서 ‘진짜’ 미래사 입구까지 인도 따로 없고 가파르니 택시가 낫다) 한산도 역사길 12㎞/4시간선착장→덮을개→통예인거리→대촌삼거리→망산교→정상→진두·야소마을 망산까지 너울을 넘나들 듯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정상에 오른 다음, 정상에서 야소·진두마을로 천천히 내려오는 코스이다. 대촌삼거리 지나 망산 정상까지 오르막이 가파르다. 여객선: 07:00~17:00 1시간 간격 운행. 한산도 마지막 출항시각 17:30(30분). 통영 출항시 5250원, 입항시 4800원.
비진도 산호길 4.8㎞/3시간내항마을 → 외항선착장 → 미인도전망대 → 선유봉 → 비진암 → 동백나무군락지 바다백리길 6곳 중 최고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내항마을에서 여객선을 내려 외항마을을 지나면 자생 동백나무 군락이 길 양옆을 에워싼다. 비진도는 미인이 많은 섬이라 하여 미인도라고도 했는데, 이 섬 최고의 경치는 미인도전망대에서 만나게 된다. 가늘고 기다란 모래톱이 두 섬을 겨우 연결한 듯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호길은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 많다. 등산이 아닌 걷기를 생각하고 왔다면 외항을 지나 갈래길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간다. 시계 방향 길은 꽤 험하고 보기보다 짧지 않다. 여객선: 통영-비진도 07:00·11:00·14:30, 비진도-통영 09:33·14:00·17:05(약 40분 걸림·성수기 수시 증편). 편도 1만5750원.
연대도 지겟길 2.3㎞/1시간 30분선착장→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봉수대 갈림길→태양광발전소→연대마을→선착장
이 아름다운 길에 ‘똥장군길’이란 이름이 붙을 뻔했다. 연대마을 이장은 “거름으로 쓸 똥을 퍼담은 똥장군을 다랭이논으로 짊어지고 올라가던 길이라고 그렇게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똥장군을 짊어진 지게를 길 이름에 넣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소박한 시골길이다. 풀이 우거져 헷갈리는 구간도 있다. 페리선: 달아선착장-연대도 07:50·11: 00·14:10·16:10, 연대도-달아선착장 08:28· 11:38·14:48·16:48(약 20분). 편도 성인 4000원.
매물도 해품길 5.2㎞/3시간당금마을→옛 매물도분교→쉼터→홍도전망대→돌담길→삼거리→장군봉→등대섬전망대→꼬들개→대항마을→당금마을 당금항에서 시작한 길은 장군봉에서부터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 봉우리부터 대항마을에 닿을 때까지 마치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듯 아슬아슬 짜릿하다. 섬 서쪽 끄트머리 소매물도를 향해 뻗어나간 바위들을 일컫는 꼬들개까지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여객선: 통영-대항 07:00·11:00·14:30, 당금-통영 08:40·12:30·16:00(약 1시간 30분 걸림·성수기 수시 증편). 편도 1만605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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