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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숨결 따라 가는 가을여행

산야초 2015. 10. 30. 12:47

장인의 숨결 따라 가는 가을여행


 한국일보 | 김성환 | 입력 2015.10.27 17:49


▲ 창원 창동예술촌 상상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이 즐거운 것은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가을, 여행 간다면 눈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펴본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매진해 온 장인들이 거기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들의 곰삭은 솜씨 그 자체가 예술이니, 이들과 부대끼면 멋진 예술여행이 된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장인들이 있는 고장을 추천했다. 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많은 곳들이다.

● 경남 창원…조순자 여창가곡 명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느리게 부르는 것이 전통 가곡이다. 조선시대 선비나 부유층이 주로 불렀는데 남자가 부르면 남창, 여자가 부르면 여창이라고 한다.

조순자 명인은 여창가곡 명인이다. 창원에 그가 설립한 국내 유일의 가곡전수관에서는 누구라도 가곡을 부르고 즐길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이곳 공연장에서는 가곡, 기악 연주, 창작 국악극 등이 공연되는데 볼만하다.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이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고 작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체험도 진행한다. 창동은 과거 마산의 최고 번화가였다. 거리에는 수 십년 역사를 가진 빵집도 있고 책방도 있다.

최근 창동예술촌 입구에 조성된 '상상길'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외국인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이들의 이름을 새긴 블럭을 거리에 깔았다.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이름도 있다. 일반인의 이름을 새긴 거리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창동예술촌 입구 건너편에는 오동동 통술골목이 있다. 안주를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푸짐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 옛 마산의 술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외에도 2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 아구찜거리 등이 창동에서 멀지 않으니 함께 돌아보면 멋진 가을 여행이 된다.

▲ 다양한 문양의 방짜수저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강릉…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 방짜수저다.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 것이 장점. 식중독균을 없애는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후기까지 많이 사용됐지만 1950년대 이후 양은이 보급되며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김우찬 전수조교는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 14호인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다.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그는 작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이러니 관심 있다면 기억해두고 들러본다.

강릉은 여름에 붐비지만 가을에도 보기 좋은 곳들이 많다.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가 가을과 잘 어울린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고 선교장은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안목해변은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 포천 산정호수 수변데크.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포천…김규흔 한과장

전통 과자인 한과는 다과상이나 주안상은 물론, 생일과 혼례, 제사 등 의례의 상차림에 빠지지 않은 음식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유과는 찹쌀가루에 콩물과 술을 넣은 반죽을 삶아서 얇게 밀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다음 쌀 고물을 묻힌 것이고, 약과는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만든다. 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혹은 열매에 꿀을 넣고 조린 정과, 녹말이나 송홧가루 등을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낸 다식 등도 제법 익숙한 한과다.

김규흔 한과명장은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약과 분야)다. 그가 문을 연 한가원은 국내 유일의 한과문화박물관이다. 한과의 제작 과정, 한과의 재료, 한과의 역사와 유래, 한과의 종류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고 한과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도록 유과ㆍ약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한가원 가까운 곳에 그 유명한 산정호수가 있으니 들러본다. 호수를 따라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다 주변으로 단풍이 곱게 내려앉아 운치가 제법이다.

▲ 초벌구이를 기다리는 옹기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예산…황충길 옹기장

옹기는 따스하고 투박한 생김에 비해 쓰임이 많다. 한민족은 예부터 옹기에 곡식을 저장하고, 장과 김치를 담고, 찌개를 끓였다. 옹기는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어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좋게 하고, 잿물 성분이 쌀벌레를 막아준다.

황충길 명장은 전통 기법 그대로 옹기를 빚는다. 전통예산옹기 전시실에는 판매용 옹기와 함께 그의 작품이 전시 중이니 들러서 구경한다. 쌀독, 김칫독, 장독, 시루, 뚝배기 등 전통 옹기는 물론, 현대 가정에 어울리는 식기 세트, 원형 접시, 양념통, 머그잔, 냄비, 다기 세트까지 100종이 넘는 옹기들이 눈을 놀라게 한다. 옹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통예산옹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김정희선생고택이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다.

예산에는 수덕사가 유명하다. 광시면에는 황새를 볼 수 있는 황새공원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 옥공예에 관해 설명하는 장주원 옥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목폭…장주원 옥장

단아한 옥공예품은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장주원 옥장은 국내 옥공예 분야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목포 갓바위문화타운에 자리한 옥공예전시관은 각고의 노력과 정성으로 만든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주변으로 볼거리 참 많다. 옥공예전시관과 이웃한 목포문학관은 목포를 대표하는 4명의 문학인을 집중 조명 복합 문학관이다. 입암산 끝자락에는 목포갓바위 문화타운이 있다. 목포의 문화 예술, 역사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넓은 부지에 옥공예전시관, 목포문학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문예역사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남농기념관 등 문화시설이 가지런히 들어섰다.

목포 갓바위 문화타운 끄트머리에는 천연기념물 제 500호 목포 갓바위가 있다. 머리에 큰 갓을 쓴 것처럼 보여 갓바위라 불린다. 해안절벽 가에 형성된 갓바위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 태양이 빚어낸 작품이다. 거대한 암석에 새겨진 대자연의 신비와 여러 가지 전설이 갓바위를 특별하게 만든다. 조명이 들어오는 밤 시간에 바라보는 풍경도 운치 있다.

▲ 서울한양도성길 남산구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권무석 궁장

권무석 궁장은 12대째 각궁을 만들고 있다. 현재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에서 작업한다. 교육전시장은 서울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작업하며 일반 시민에게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작품도 전시한다.

우리나라 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은 석호정과 확학정이다. 남산 중턱에 있는 석호정은 오래된 활터이자, 우리나라 양궁의 출발지다. 종로구 사직동의 황학정이 문무백관의 활터였다면, 석호정은 민간인이 활쏘기를 즐겼다. 현재는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공간을 정비해 올겨울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활쏘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공연예술박물관을 돌아본 뒤 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의 일부를 걸어도 좋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자리한 국립극장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백범광장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남산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