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박근혜의 말한마디, 위력은 메가톤급?

산야초 2015. 7. 16. 13:56

박근혜의 말한마디, 위력은 메가톤급?
미디어법 놓고 대치중 ´야당 양보´ 한마디에 분위기 급반전
"균형추 역할 보여줬다" 평가속 "메시지 정치 한계" 지적도
2009-03-02 18:50:08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덴더홀을 방문하려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텐더홀을 방문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여야가 2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고한 본회의 개회 20분을 앞두고 미디어 관련법의 쟁점사항에 대해 극적 타결을 이룬 과정을 지켜본 한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이날 여야가 극적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국민 공감대” 발언 등을 통해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면서 대야(對野) 강공을 펼치던 당 지도부와는 배치된 입장을 보여 왔던 터.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에선 최근 2월 입법전쟁 막바지에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선 사실상 박 전 대표를 든든한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셈. 박 전 대표가 전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호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에선 “직권상정을 막아줄 봄처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민주당의 기대를 비껴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본회의장 진입 방해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로텐더 홀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내용면에서 많은 양보를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며 “야당이 이 정도는 여당 안에 대해 협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야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야당이 이렇게까지 거부한다면 다른 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선 “상당히 고심해 합리적인 안이 나온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기를 못 박는 것인데, 그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받아준다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처리기한을 못 박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은 ‘미디어 관련법 처리시한을 못 박자’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상당 부분 수용하도록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묘하게 상황이 맞아 떨어졌지만, “사실상 야당 대표”라고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여야 지도부에게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탓에 한발 더 물러선 양보안을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중재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점거농성중인 로텐더홀을 방문해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국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여야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연이 많이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오늘 협상 타결 과정을 볼 때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거의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며 “박 전 대표의 특유의 정치력이 발휘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컨설팅 업체인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도 "워낙 청와대와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가 강하게 밀어붙이던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이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결국 박 전 대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여당 내부의 분열을 절묘하게 덮으면서 당 지도부에게 명분을 주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 여야의 갈등과 당 권력지형상에 있어 균형추 역할을 적절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간 비주류의 수장으로서 당내 분열과 갈등에 있어 일정부분 책임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는 분명하게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당내 주요한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간 막판에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이런 방식은 반복될수록 국민의 공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당내 문제 등에 있어 처음부터 원칙과 기조를 제시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내 화합에 있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