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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짜리 홈메이드 한식 뷔페

산야초 2016. 4. 27. 21:44

7,000원짜리 홈메이드 한식 뷔페

입력 : 2016.04.27 09:00

[방방곡곡 서민식당발굴기] 서오릉한식부페

조미료 없이 맛 낸 45가지 음식을 부담 없는 가격에

가끔 아침 일찍 들르는 백반 뷔페식당이 있다. 원체 아침을 거의 안 먹지만 새벽밥 생각이 날 때면 가는 곳이다. 서울 출신 60대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평일 아침 6시부터 손님을 받고 오후 3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아예 영업을 안 한다.

채소와 나물 중심으로 연중 반찬이 거의 똑같은 단점은 있지만, 국이 늘 맛있고 서울 토박이 특유의 깔끔한 맛이 매력이다. 사무실에서 가깝고 새벽부터 영업을 해 한 달에 두 번 이상 찾아간다.

이런 저가형 한식뷔페는 주로 국도변에 있다. 블루컬러 노동자가 주 고객이다. 음식이 풍성하기는 하지만 식재료가 부실하고 음식 맛을 조미료에 너무 의존하는 취약점이 있다. 차를 몰고 국도를 달리다가 ‘맛이나 건강보다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는 기분으로 들어간다.

지난주 경기도 고양시 한식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기존에 먹었던 한식뷔페와 차원이 달랐다. 서오릉 인근의 <서오릉한식부페>다. 가격은 7000원으로 일반적인 저가형 한식뷔페 가격이다.


	서오릉한식부페 사진
점포 내에 ‘화학조미료를 전혀 안 쓴다’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식당 음식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조미료 없이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 역시 현장에서 이런 콘셉트로 식당을 운영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다수 봤다. 이미 우리 소비자는 화학조미료 맛에 어느 정도 중독된 것이 사실이다. 화학조미료가 특별히 유해한 식품 첨가물은 아니지만 조미료를 유독 많이 사용하는 식당을 내공이 강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뷔페식당은 음식 가짓수가 45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 우리 일행은 우선 샐러드 미역 토마토 등을 접시 위에 올렸다. 밥도 네 가지나 된다. 현미밥, 찰밥 쌀밥 등 밥도 잘 지었다. 3배 식초로 맛 낸 양파와 토마토를 우선 전채를 겸해서 먹었다. 상큼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발사믹 소스를 사용한 샐러드를 먹는 느낌이었다. 좋은 식초를 사용한 것 같다.

이런 뷔페식당의 주 메뉴인 제육도 기본양념 맛이 깔끔하다. ‘식당용 음식’이 아닌 가정식의 맛이 선명하다. 김치찌개도 평균 이상의 맛은 낸다. 초로의 일용직 근로자 두 명이 점심인데도 반주 삼아 소주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었다. 이 정도 안주면 낮술이지만 1인당 소주 한 병씩은 너끈히 해치울 것 같다. 음식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절대 남루하지 않았다.

맛도 양도 건강에도 다 만족스런 뷔페식

조기구이를 세 마리나 접시에 올렸다. 혹자는 이 조기구이를 열 마리나 먹었다고 한다. 어떤 손님은 직접 계란프라이를 부쳐 먹는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없어서 프라이를 못 먹었지만 사실 백반집의 계란프라이 제공 여부는 고객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도라지, 참나물 등 나물이 손맛이 나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저염식이다. 어찌 보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슴슴하다. 웰빙의 느낌이 흠씬 난다.


	서오릉한식부페 메뉴
미역국도 정석대로 소고기가 들어갔고 국물 맛이 깔끔하다. 화학조미료 없이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업주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요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상가격의 한식뷔페에 비하면 음식 맛은 더 나은 것 같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런 식당이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혹은 집 인근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나중에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한지 약 8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거의 매일 농수산물 시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구매한다고. 채소와 나물의 질이 좋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상등품을 사용하는 것 같다.

주인이 솔직히 토로하기를 매출은 제법 괜찮은데 수익성은 별로라고 한다. 그 말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7000원으로 이런 음식 구성을 한다는 것은 손님 입장에서는 무조건 고마운 일이다. 이 식당은 남성보다 알뜰한 여성, 특히 주부 고객이 좋아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주부 손님은 안 보인다. 입지가 외졌고 여성 고객이 오기에는 남자손님들이 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식당이 중산층 거주지 상권에 입점한다면 주부나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몇 달 전, 유명 외식기업이 서울 강남 등에서 운영하는 인테리어가 반듯한 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가격도 맛도 질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제법 많았다. 그 상권 내에 제대로 된 밥집이 없다는 반증이다. 그 유명 식당에 비해 이 한식뷔페 가성비가 훨씬 앞선다.


	서오릉한식부페 메뉴
디저트인 떡도 직접 조리한다. 마무리 매실차도 직접 농사지은 매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식당이 손님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만 반대로 식당 업주는 구매나 운영 조리 등 일이 아주 힘들 것이다. 높은 고객 만족도 뒤에는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의 고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지출(3인 기준) 한식뷔페 3인분 2만1000원
<서오릉한식부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496-2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