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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물회, 노릇노릇 새끼민어 구이… '봄맛' 더 진해졌네

산야초 2016. 4. 28. 21:12

새콤달콤 물회, 노릇노릇 새끼민어 구이… '봄맛' 더 진해졌네

입력 : 2016.04.28 04:00

[南道 봄맛 여행] ②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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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의 명물 삼천포대교 야경.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봄을 맞은 남쪽 바다에는 맛난 게 많이 납니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남도(南道)의 봄맛을 찾아갑니다. 두번째는 경남 삼천포입니다.

봄을 맞은 사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은 활어(活魚)처럼 펄떡거렸다. 활력이 넘치기도 했지만 규모도 컸다. 낚싯대를 들어 올렸는데, 예상보다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의 짜릿함이랄까. 시장을 한 바퀴 휙 둘러보니 도다리, 멍게, 해삼이 많이 보였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요즘 멍게와 해삼이 통통하니 살이 올라서 맛도 좋지만 향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봄이 제철인 생선 도다리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날그날 시세가 달라지지만, 도다리는 대개 1㎏에 4만원, 해삼 2만원, 멍게 5000원쯤 했다. 이 시장은 도다리뿐 아니라 팔리는 모든 생선이 맛 좋기로 이름났다. 삼천포 주변 바다가 좁고 물살이 거세 물고기들의 운동량이 많아서 육질이 탄탄하고 단맛이 난다.

◇경남 서부 해산물·농산물 모두 모이는 용궁어시장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 때문에 삼천포가 시골 오지 작은 마을로 아는 이들이 꽤 많다. 와보면 알지만 삼천포는 서부 경남 지역의 중심 어시장이다. 현대식 건물에 200개가 훨씬 넘는 상점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생선이나 조개 따위 해산물뿐 아니라 사천과 남해 등 주변 산과 들에서 나는 봄나물 등 농산물을 파는 상점도 잘 갖춰져 있다. 그래도 주력은 역시 해산물이다. 살아있는 활어(活魚)와 잡아서 숙성시켜 감칠맛을 더한 선어(鮮魚), 조개만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로 세분화된다.

고려 성종 때 조세미를 수도인 개성(開成)으로 수송하기 위해 통양창(通陽倉)을 설치한 포구로 출발했다. 개성에서부터 거리가 수로(水路) 3000리라 하여 삼천포란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경남에서 어획고가 가장 많은 항구였다. 삼천포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건어물을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했다. 해방 후에는 진주, 남해, 사천 등 주변 상인과 주부들이 모이며 상거래가 활발했고,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1978년 ‘삼천포 수산시장’으로 정식 개장했고 2013년 현대화와 함께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용궁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 지역에서 ‘봄멜’이라고 부르는 봄 멸치도 흔했다. 남자 어른 손가락만 한, 크고 굵은 멸치는 눈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멸치가 가득 담긴 커다란 플라스틱 소쿠리 하나가 1만원쯤 했다. 머리만 떼어낸 멸치와 몸통까지 반으로 갈라 등뼈까지 제거한 멸치 두 종류가 있었다. 상인은 “대가리만 떼낸 건 조림용, 반으로 가른 건 횟감”이라고 알려줬다. 갑오징어는 이제 철이 들기 시작하는지 드문드문 보였다. 몸속에 갑옷처럼 딱딱한 뼈가 들어있는 갑오징어는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두툼해서 맛이 훨씬 좋다. 가격도 비싸서 1마리 2만원쯤 받았다. 담백하면서 산뜻한 감칠맛이 일품인 쥐치도 요즘 철이다. 1㎏ 3만원쯤 한다.

한 할매가 채소가게 앞에 서더니 “정구지 없나?” 물었다. 정구지는 부추의 경상도 사투리. 주인이 “저 아래 있어요”라며 가리킨 곳에 통통한 부추 더미가 쌓여있었다. 한 단에 3000원 했다. 이 밖에도 두릅, 엄나무순, 달래 등 삼천포 주변에서 자란 햇나물이 시장에 가득했다. 삼천포 용궁수산시장 전화 (055)835-2 229, 인터넷 홈페이지 http://용궁수산시장.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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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용궁어시장에는 해산물뿐 아니라 햇나물 등 농산물도 풍성하다.

◇상쾌한 봄 바다 같은 맛, 생선물회

삼천포 바다와 산과 들에서 나는 것들을 가장 싸게 맛보는 방법은 직접 사서 시장 맞은편에 있는 횟집에 가는 것이다. 횟집들은 생선을 잡아 회로 썰어주거나 쪄주거나 탕을 끓여 반찬과 함께 내준다. 그 대가로 몇천원쯤을 받는데, 이걸 ‘초장비’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런 식당을 ‘초장집’이라 부르기도 한다.

생선 사기가 귀찮거나, 조금 더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시장에서 약간 떨어진 정식 식당으로 간다. ‘원조물횟집’은 횟집이 모여있는 ‘팔포회타운’의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이 식당에서는 아직 도다리쑥국을 팔고 있었다. 올봄에는 도다리쑥국을 여태 먹지 못해 반갑기는 한데, ‘너무 늦은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도다리쑥국은 쑥이 먹는 시기를 결정하는 음식이다. 해쑥이 언 땅을 뚫고 나기 시작하는 늦겨울부터 너무 웃자라 억세져 국으로 먹기 힘들어지는 봄 중반까지가 철이다. 식당 주인은 “도다리쑥국을 4월 말까지는 먹는다”면서 “요즘 쑥이 좀 뻐세(억세)서 줄기는 따내고 잎만 넣는다”고 했다.

향긋한 쑥 향과 함께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된장을 푼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했다. 쑥 줄기는 다 제거했다지만 가끔 씹혔는데, 확실히 질기긴 질겼다. 하지만 도다리는 초봄 때보다 살이 오르고 기름져서 훨씬 맛있었다.

이 식당은 원래 물회로 이름난 집이라 물회도 같이 주문했다. 역시 물회가 좋았다. 서울에서 파는 물회는 너무 달고 시고 매콤해서 생선 자체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집 물회는 새콤달콤한 맛이 생선의 맛을 살려주는 정도로 과하지 않고 적당했다. 제철을 맞은 도다리, 멍게, 해삼은 감칠맛이 기막혔다. 건더기와 국물을 한입 가득 들이켰다. 산뜻하고 상쾌하다. 봄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듯한 맛이었다. 물회 1만2000원(특물회 1만5000원), 전복물회 2만원, 도다리쑥국 1만5000원, 모둠회 12만·15만원. 원조물횟집 (055)833-1261

해물한정식을 맛보려면 ‘파도한정식’으로 간다. 해산물로 만든 온갖 반찬과 함께 큼직한 생선구이가 상 한가운데 나왔다. 요즘은 ‘새끼민어’가 제철이란다. 성인 남성 팔뚝만 한 민어를 꾸득꾸득하게 말려 노릇노릇 구워 간장·쪽파·참깨·고춧가루 양념장을 끼얹어 냈다.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생선살과 짭조름한 양념장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다. 멸치회, 꼬막, 데친 문어 등 딸려 나온 반찬도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정신없이 입과 그릇을 오갔고, 그 많던 음식이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정식 1인 1만2000원. 생선구이를 더 먹고 싶으면 추가 주문하면 된다. 1마리 작은 것 1만원, 큰 것 2만원 받는다. 파도한정식 (055)83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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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천포에서 탄생한 쥐치포의 원재료인 쥐치도 봄이 제철이다. 2 갑옷처럼 딱딱한 뼈를 품은 갑오징어. 3 봄 도다리와 멍게, 해삼으로 만든 물회. 새콤달콤 산뜻한 물회가 마치 봄 바다를 먹는 듯했다. 4 굵고 싱싱한 봄 멸치도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에 요즘 흔하다. 5 도다리쑥국은 끝물이지만 그래도 맛있다.
◇쥐치포, 삼천포 여행 최고의 기념품

삼천포에 왔다가 사가지 않으면 섭섭한 게 쥐치포다. 삼천포는 쥐치포가 태어난 곳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삼천포에서 화어(花魚)를 만들어 자국으로 팔았다. 화어란 학꽁치·쥐치·복어·새우 등 8가지 생선을 꽃 모양으로 만들어 선물용으로 개발한 건어물이다. 1967년 이학조씨가 화어 기술을 적용해 쥐치포를 만들었다. 1970년대 중반 쥐치가 대량으로 잡히자 쥐치포는 국민 간식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쥐포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요즘 판매되는 쥐치포는 대부분 베트남산을 사용한다. 국내산보다 맛이 떨어지는 데다가, 값이 싼 작은 쥐치를 여러 마리 이어 붙여 만들다 보니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천포에는 국내산 쥐치로 쥐치포를 만드는 공장이 아직 몇 곳 남아있다. ‘성일산업’이 그중 하나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공장에 가면 ‘오리지널’ 쥐치포를 구입할 수 있다. 1봉지(400g) 기준 국내산 생물 쥐치로 만든 쥐치포가 2만7000원, 국내산 냉동 쥐치로 만든 것이 2만4000원. 1봉지에 손바닥만 한 큼직한 쥐치포가 6장쯤 들었다. 시중 쥐치포와 비교하면 비싸다 싶지만, 먹어보면 값어치를 한다는 걸 입과 혀로 실감한다. 살이 두툼해서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이 ‘그동안 쥐치포라고 먹은 건 뭐였지?’란 생각이 들 만큼 확연히 다르다. 물론 삼천포 중심가 건어물 가게에서도 국내산 쥐치포를 구입할 수 있다. 성일산업 (055)833-8455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