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서민식당발굴기] 서오릉한식부페
조미료 없이 맛 낸 45가지 음식을 부담 없는 가격에
가끔 아침 일찍 들르는 백반 뷔페식당이 있다. 원체 아침을 거의 안 먹지만 새벽밥 생각이 날 때면 가는 곳이다. 서울 출신 60대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평일 아침 6시부터 손님을 받고 오후 3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아예 영업을 안 한다.
채소와 나물 중심으로 연중 반찬이 거의 똑같은 단점은 있지만, 국이 늘 맛있고 서울 토박이 특유의 깔끔한 맛이 매력이다. 사무실에서 가깝고 새벽부터 영업을 해 한 달에 두 번 이상 찾아간다.
이런 저가형 한식뷔페는 주로 국도변에 있다. 블루컬러 노동자가 주 고객이다. 음식이 풍성하기는 하지만 식재료가 부실하고 음식 맛을 조미료에 너무 의존하는 취약점이 있다. 차를 몰고 국도를 달리다가 ‘맛이나 건강보다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는 기분으로 들어간다.
지난주 경기도 고양시 한식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기존에 먹었던 한식뷔페와 차원이 달랐다. 서오릉 인근의 <서오릉한식부페>다. 가격은 7000원으로 일반적인 저가형 한식뷔페 가격이다.
이 뷔페식당은 음식 가짓수가 45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 우리 일행은 우선 샐러드 미역 토마토 등을 접시 위에 올렸다. 밥도 네 가지나 된다. 현미밥, 찰밥 쌀밥 등 밥도 잘 지었다. 3배 식초로 맛 낸 양파와 토마토를 우선 전채를 겸해서 먹었다. 상큼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발사믹 소스를 사용한 샐러드를 먹는 느낌이었다. 좋은 식초를 사용한 것 같다.
이런 뷔페식당의 주 메뉴인 제육도 기본양념 맛이 깔끔하다. ‘식당용 음식’이 아닌 가정식의 맛이 선명하다. 김치찌개도 평균 이상의 맛은 낸다. 초로의 일용직 근로자 두 명이 점심인데도 반주 삼아 소주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었다. 이 정도 안주면 낮술이지만 1인당 소주 한 병씩은 너끈히 해치울 것 같다. 음식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절대 남루하지 않았다.
맛도 양도 건강에도 다 만족스런 뷔페식
조기구이를 세 마리나 접시에 올렸다. 혹자는 이 조기구이를 열 마리나 먹었다고 한다. 어떤 손님은 직접 계란프라이를 부쳐 먹는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없어서 프라이를 못 먹었지만 사실 백반집의 계란프라이 제공 여부는 고객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도라지, 참나물 등 나물이 손맛이 나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저염식이다. 어찌 보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슴슴하다. 웰빙의 느낌이 흠씬 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런 식당이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혹은 집 인근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나중에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한지 약 8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거의 매일 농수산물 시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구매한다고. 채소와 나물의 질이 좋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상등품을 사용하는 것 같다.
주인이 솔직히 토로하기를 매출은 제법 괜찮은데 수익성은 별로라고 한다. 그 말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7000원으로 이런 음식 구성을 한다는 것은 손님 입장에서는 무조건 고마운 일이다. 이 식당은 남성보다 알뜰한 여성, 특히 주부 고객이 좋아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주부 손님은 안 보인다. 입지가 외졌고 여성 고객이 오기에는 남자손님들이 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식당이 중산층 거주지 상권에 입점한다면 주부나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몇 달 전, 유명 외식기업이 서울 강남 등에서 운영하는 인테리어가 반듯한 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가격도 맛도 질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제법 많았다. 그 상권 내에 제대로 된 밥집이 없다는 반증이다. 그 유명 식당에 비해 이 한식뷔페 가성비가 훨씬 앞선다.
지출(3인 기준) 한식뷔페 3인분 2만1000원
<서오릉한식부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496-2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