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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암기봉으로 이뤄진 조선의 6대 명산, 칠보산

산야초 2019. 1. 13. 00:08

[새연재 | 북한의 명산 | <1>칠보산] 괴암기봉으로 이뤄진 조선의 6대 명산, 칠보산

입력 : 2018.08.30 09:35 [586호] 2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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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산악풍경으로 ‘반항아’ 별칭… 관북 8경이자 함북 금강으로도 불려

     “서산대사가 조선의 5대 명산으로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구월산을 꼽았다면 오늘 노동당시대에는 이에 칠보산을 추가해 6대 명산이라 해야 합니다. 칠보산은 이 중에 첫 자리에 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산입니다.”

    칠보산七寶山은 1996년 11월 김정일 위원장이 자연공원으로 설정하고 6대 명산으로 추가할 만큼 독특한 산악풍경을 보여 줘 ‘반항아’라는 별칭이 붙은 명산이다. 북한은 우리나라의 공원제도와 달리 자연공원에 국립·도립과 같이 급을 두지 않고, 당에서 일괄적으로 자연보호구, 동·식물 보호구, 바다새보호구 등을 균등하게 설정해 보호하고 있다. 칠보산은 2001년 7월 중국, 일본 관광객에 개방됐으며,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산이다.

    칠보산은 함경북도 명천군, 화대군, 화성군, 어랑군의 함북 4군 일원에 걸쳐 면적이 250㎢에 달하며 주봉인 상매봉(1,103m)을 중심으로 1,000m 내외의 산들로 구성돼 있다. 원래 주봉은 천불봉(663m)이었으나 북한이 칠보산 지역을 확장하면서 최고봉인 상매봉이 주봉이 됐다.

    칠보산은 만탑지맥의 중간부에서 남쪽으로 완만히 뻗은 칠보지맥에 위치해 있다. 만탑지맥은 백두대간 설령봉(1,836m)에서 이어진 관북정맥에서 갈라져 나와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지맥이다. 칠보지맥의 총 길이는 70km, 평균해발은 660m로 북부는 200m 내외의 저산지이지만 남부는 칠보산 주봉인 상매봉을 위시한 1,000m대의 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바로 옆에서 흐르는 백두대간의 풍채에 비하면 왜소하지만 그럼에도 6대 명산으로 추앙받은 것은 예로부터 ‘함북의 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산수 풍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총길이 30m로 칠보산에서 가장 큰 용소폭포.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총길이 30m로 칠보산에서 가장 큰 용소폭포.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칠보산이란 명칭은 불교의 일곱 가지 보물인 금, 은, 진주, 산호, 거저(바다조개), 마노(석영), 파리(수정)가 산중에 묻혀 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한다. 남구만南九萬(1629~1711)의 <약천집孤雲集> 제28권 북관 십경도기에 의하면 ‘먼 옛날 동해 북부 바다 속에서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묘하게 생기고 보물이 많은 7개의 산이 불쑥 솟아올랐는데, 얼마 후 6개의 산은 다시 바다에 잠기고 한 개 산만이 남아 처음 나타난 7개의 보물산을 합쳐 남은 산을 칠보산이라 했다’고 전한다.

    또 원래 일곱 개의 산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기 때문에 칠보산이라 명명됐다고 전하며, 여섯 개의 산은 바다에 가라앉고 이 산만이 남았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지역 전승에 따르면 조물주 노인이 명승지를 만들 고장을 찾아 흙 자루를 메고 다니다 금강산을 빚은 뒤, 남은 흙을 가지고 북쪽으로 올라오다 뒤돌아보니 자루 밑에 난 구멍으로 흙이 빠져 나와 금강산 못지않은 절경을 이룬 칠보산이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칠보’라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하고, 희소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산하의 모든 미를 갖추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성일金誠一(1538~1593)의 <학봉집鶴峰集>이나 임형수林亨秀(1514~ 1547)의 <금호유고錦湖遺稿>,  이익李瀷(1681〜1763)의 <성호전집星湖全集>에 칠보산 유람시가 남아 있지만 묘향산 등 여타 조선 5대 명산에 비하면 그 기록이 적다. 함경도 지방은 15세기에 일어난 이시애의 난 등으로 차별받은 데다 조선 초부터 유배지였기 때문이다.

    승선대에서 바라본 내칠보 암봉능선. 사진 연변일보
    승선대에서 바라본 내칠보 암봉능선. 사진 연변일보
    외칠보 전경.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외칠보 전경.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백두대간에서) 지금까지 돌아본 여덟 개의 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태백산·소백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이 우리나라 중심에 자리한 산 중에서 가장 빼어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만약 이 산들을 떠나서 명산을 말한다면 함경도 일대는 산이 모두 크기만 하고 계곡이 황량해서 명산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다. 오직 명천에 있는 칠보산이 동해 가에 위치해 골짜기에 들어가면 돌의 형세가 깎아지른 듯하며, 그 기묘한 형상은 거의 귀신의 솜씨인 듯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칠보산은 <삼국사기>나 <고려사> 같은 역사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암괴석과 그로 인한 빼어난 산수풍광 때문에 개인기록에는 어렵지 않게 등장한다. 또한 그 이름이 불교에서 말하는 칠보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하는 것으로 봐서, 고려시대에는 제법 많은 선비들이 찾았을 법한 산이다. 그 가치는 1990년대 들어서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관광특구로 본격 개발되면서 평가받고 있다. 

    내칠보, 외칠보, 해칠보로 구분돼

    화산활동에 의해 표출된 현무암, 유문암, 알칼리 조면암이 침식돼 기암괴석의 절경을 이룬 칠보산은 크게 내칠보와 외칠보, 그리고 바다에 접한 해海칠보로 구성된다. 장대하고 남성적인 외칠보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내칠보는 서로 대조적인 승경미를 자아내며, 해칠보는 기암의 불가사의한 자연미가 돋보인다.

    내칠보는 칠보산의 내부구역으로 관광노정에 따라 개심사, 상매봉, 내원암, 이선암 총 네 구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칠보산 등산은 거의 내칠보에서 출발하며 내칠보의 중심을 이루는 개심사 구역이 탐승의 핵심이다. 개심사開心寺는 826년에 창건돼 발해 최초의 고찰로 알려져 있으며, 관북지방 함경도 사찰의 대본산이다. 개심사 현판은 고려시대 한학자 한기익韓基益의 아홉 살 손자가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활자가 남아 있는 아름다운 탑과 가람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개심사 동쪽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석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관모봉 큰곰(북한 천연기념물 제330호).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관모봉 큰곰(북한 천연기념물 제330호).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개심사 구역에는 칠보산에서 제일 이채로운 봉우리로 인정받는 금강봉이 있다. 금강봉은 알칼리 조면암과 유문암으로 이루어져 밑부분은 노란색, 윗부분은 분홍색을 띠고 있어 봉화를 연상케 하는 봉우리다. 금강봉 동쪽 기슭에는 길이 8m, 너비 12m, 높이 2.5m인 금강굴이 있는데 굴 앞에는 한 모금만 마시면 10년을 더 살고 두 모금 마시면 10년을 감수한다는 금강샘이 있다.

    이외에도 토속적인 이름이 붙은 바위들이 곳곳에 있다.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가 아내와 상봉하는 듯한 부부바위, 무대 위에 올려놓은 듯한 피아노바위, 기와집바위와 초가집바위, 세 명의 농부가 열을 지은 듯한 농부바위 등이다. 이 모두가 풍화된 현무암이나 조면암이 수직과 수평의 절리를 드러내면서 그 모양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바위들이다.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승선대의 조망이 가장 좋다. 주봉인 천불봉을 비롯한 만사봉, 종각봉과 나한암, 원숭이바위로 이루어져 개심사구역에서 가장 이채롭다는 평을 받는 삼봉이암三峯二巖과 보름달처럼 생겨 선녀들이 달맞이를 하면서 춤과 노래를 즐겼다는 만월대, 우산봉, 무희대 등의 명소들을 한 번에 둘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승선대를 지나 상선대, 해망대에 이어 오르면 동서로 길게 늘어져 굽이치는 압도적인 외칠보 산능선과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외칠보는 내칠보의 수려한 자태와 달리 높이 솟은 웅대하고 기묘한 봉우리와 기암절벽, 수정같이 맑은 물이 사철 흐르는 골짜기가 많아 산악미와 계곡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해칠보 무지개바위(북한 천연기념물 제313호).
    해칠보 무지개바위(북한 천연기념물 제313호).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해칠보 달문(북한 천연기념물 제310호).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해칠보 달문(북한 천연기념물 제310호). 사진 조선향토대백과

    외칠보는 장수봉, 만물상, 노적봉, 덕골, 강선문, 다폭동, 황진의 7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장수봉 지역에는 독수리가 서식했다는 수리봉, 장수가 천만대적을 일격에 쓸어 눕힐 기세로 서있는 것 같은 장수바위 등 수많은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특히, 내원동의 총각과 가전동의 처녀가 사랑을 언약한 순간 돌로 굳어졌다는 처녀바위와 총각바위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외칠보의 전망 명소인 조약대에 오르면 장군봉, 승천봉, 궐문봉을 비롯한 봉우리들이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아드는 모양을 빚어내는 만물상 전경이 펼쳐진다. 만물상이라는 이름은 생각한 대로 그 모습이 드러나 만 가지의 형상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또한, 이곳에는 머리를 쳐든 수탉바위, 촉혈암(곰보바위) 등의 명소도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외칠보의 노적봉은 일제강점기의 항일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하천 기슭의 펑퍼짐한 곳에 솟은 노적봉은 화강암 위에 덮인 현무암이 오랜 세월 비바람의 풍화작용을 받아 고깔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쌀가마니를 높이 쌓아놓은 모양을 닮아 ‘노적봉露積峯’이라 명명됐다. 일제는 노적봉의 돌을 허물어 광물 수탈을 위한 도로 건설에 사용하려 했다가 조국산천을 지키려는 조선 백성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끝내 물러갔다고 전한다.

    해칠보는 내외칠보와는 달리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들이 자아내는 해안절경이 펼쳐진 명승지다. 명소를 품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솔섬은 벼랑과 바위, 우거진 솔밭 넓은 바다와 잘 조화된 경치 등으로 유명하다. 솔섬에는 무지개바위, 촛불이 타오르는 듯한 촉석암, 선녀들이 숨었다는 비선굴 등 이름난 곳도 많다.

    옛날 어민들의 피난처였고 달이 낮에 쉬는 곳이었다는 달문, 코끼리를 방불케 하는 코끼리 바위 등 100리 해안에 괴암마다 이름을 각각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손경석 선생은 “해칠보의 선경을 본 옛 사람이 ‘정말 정령계精靈界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칠보산의 여름전경.
    칠보산의 여름전경. 사진 <우리민족끼리>
    단풍계절의 칠보산.
    단풍계절의 칠보산. 사진 <우리민족끼리>

    동·식물 자원도 풍부해

    칠보산은 지형적인 경관가치 외에도 풍부한 생태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일찍이 1976년 10월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됐으며, 2014년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소나무, 참나무, 황철나무, 사시나무, 박달나무 등 주로 활엽수림이 주를 이루고 있는 칠보산에는 총 800여 종의 식물들이 분포한다. 특히, 수령 200년이 넘는 약밤나무, 아름다운 양산처럼 생긴 380년 된 포중소나무, 해칠보 중평마을에 위치한 명천오동나무, 600만 그루가 넘는 운만대신의대(산죽)군락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또한, 제주도, 울릉도, 변산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파초일엽과 돌가시나무도 자라는데, 이는 백두산 화산맥을 이은 지형적인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산삼을 비롯한 나물·약초류도 많이 나는데 우리나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한에서 선물해 온 칠보산 송이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1등급 자연산 송이버섯으로 개당 7만~8만 원 정도 할 만큼 우수한 상품이다.

    서식 중인 동물종도 다양하다. 칠보산 전역에 걸쳐 천연기념물인 관모봉큰곰을 비롯한 표범, 여우, 노루 등 30여 종의 산짐승류와 수리부엉이, 딱새, 나무발발이 등의 조류, 가시고기, 황어, 빙어, 송어, 뚝종개 등 20여 종의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해칠보의 보촌 앞바다는 명태를 비롯한 어류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 예로부터 좋은 어장으로 여겨 왔다.

    이러한 칠보산의 생태관광 잠재력에 주목한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칠보산은 먹이가 풍부하고 지리학적 위치가 북한의 포유류·조류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북한의 월간잡지 <조선>도 ‘250여 종의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칠보산은 조류 중 특히 멧새(산새)류와 물새류의 종 구성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고 전했다. 

    칠보산 위치도

    북한 명산 52개와 남한 산 매칭해 매주 답사

    완주자에 포인트 적립해 주고 추첨 통해 금강산 관광

    블랙야크, 북한 명산 프로젝트 8월 15일부터 월간<산>과 공동 진행키로

    블랙야크는 월간<산>과 함께 북한의 명산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황폐해진 북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할 목적이다.

    블랙야크는 일단 1년 52주를 목표로 매주 한 개의 산을 답사할 계획이다. 52개의 북한 명산을 정해 남한 산과 매칭해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8월호에 소개되는 북한의 칠보산은 남한의 비슬산과 매칭해 비슬산을 답사하면 칠보산을 답사한 걸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블랙야크는 비슬산 답사 인원에 따라 1인 1만 원씩 북한산림조성기금을 적립해 추후 자유롭게 북한 왕래가 가능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북한의 산림복원사업을 추진할 때 그동안 조성한 기금을 내놓을 계획이다. 52개 산 답사를 모두 마쳤을 경우, 블랙야크는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첨해서 금강산 여행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남북평화를 기원하고, 금강산 여행을 통해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를 앞당긴다는 염원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산과 매칭 되는 남한의 산을 올랐을 경우, 해당 산의 높이만큼 포인트를 적립해 줄 계획이다. 포인트는 블랙야크 제품을 구매할 때 그 금액만큼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블랙야크는 7월 25일 현재 북한의 명산과 남한의 산을 매칭해 답사계획을 확정한 상태고, 구체적 일정은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 시행 시기는 8월 15일 광복절을 기해 매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블랙야크와 공동으로 이 행사를 진행하는 아웃도어 대표매체 월간<산>은 매주 답사하는 북한의 산과 매칭되는 남한의 산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면서 매월 발행되는 지면을 통해 4개 주를 묶어 한꺼번에 게재할 예정이다. 월간<산> 홈페이지도 8월 하순쯤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뉴스와 등산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구체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